지난 주말에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딱히 나갈 일도 없어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넷플릭스를 켰다. 편의점에서 사 온 팝콘 하나 뜯어놓고 뭘 볼까 뒤적거리다가 문득 영화 인턴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앤 해서웨이의 조용한 팬이라 그가 나온 작품들을 OTT로 틈날 때마다 챙겨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꽤 오랜만에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개봉한 지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영화인데도 다시 보니 촌스럽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오히려 화면 색감이나 주인공들이 일하는 오피스 분위기, 그리고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까지 요즘 나오는 웬만한 영화들보다 훨씬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열정 넘치는 CEO와 70세 인턴의 만남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성공한 온라인 패션 쇼핑몰의 젊은 창업자 줄스(앤 해서웨이)가 고용 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0세 은퇴 노인 벤 휘태커(로버트 드니로)를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무실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예민한 줄스 곁에,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벤이 배치된다.
처음에는 나이 차이도 너무 크고 살아온 방식도 달라서 줄스가 벤을 은근히 껄끄러워한다. 부서 이동까지 시키려고 잔머리를 굴리는데, 벤은 서운한 티 하나 안 내고 그저 자기 자리에서 할 일을 찾아서 묵묵히 해낸다. 지저분하게 방치되어 있던 사무실 책상을 새벽같이 출근해서 깨끗하게 치워놓는 장면은 지금 봐도 참 인상적이었다.

어른다운 어른이 곁에 있다는 것
영화 속에서 시니어 인턴을 완벽하게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는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뇌리에 깊게 박혔다. 거친 갱스터나 센 캐릭터로 익숙했던 배우인데, 여기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배려가 묻어나는 진짜 신사 그 자체였다. 30대 후반으로 달려가는 내 인생을 문득 돌아보게 되었다. 내 인생에도 과연 벤 휘태커와 같은 든든한 인물이 등장할 수 있을까 싶었다. 영화를 보며 또 한 번 느낀 점은 어른다운 어른이 내 곁에 있다는 건 인생에 매우 큰 자산이자 살아가는 큰 버팀목이라는 사실이었다.
손수건을 왜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냐는 젊은 동료의 질문에, 손수건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을 흘리는 상대방에게 건네주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거라는 벤의 대사는 진짜 마음을 툭 건드렸다. 꼰대처럼 이래라저래라 훈계하지 않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런 태도가 진짜 어른의 태도가 아닐까 싶었다.

살짝 아쉬웠던 후반부 전개
물론 영화가 마냥 완벽한 건 아니었다. 솔직히 후반부에 줄스의 남편과 관련된 갈등이 터지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약간 뜬금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피운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매듭짓는 방식이 너무 급하게 봉합되는 느낌이라 현실감이 좀 떨어졌다. 굳이 저런 신파 같은 가정사 갈등을 무리하게 집어넣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힐링 영화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보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일상이 지치고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조용히 맥주 한 캔 따서 혼자 다시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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