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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뷰

투모로우 다시 본 후기 - 22년이 지난 지금의 현 지구 상태를 말해준다

by P소소 2026.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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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진짜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서 그런지, 예전에 봤던 투모로우가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졌다. 주말에 꼭 비가 올 것 처럼 흐리고 딱히 할 일도 없길래 치킨 시켜놓고 넷플릭스 뒤지다가 발견했는데 바로 눌러버렸다. 예전에 처음 봤을 땐 그냥 눈 폭풍에 자유의 여신상이 얼어붙는 장면만 기억에 남았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간단한 설정 소개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녹으면서 바닷물의 염도가 변하고, 그게 해류 순환을 멈추게 만들어서 역설적으로 지구에 다시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설정이다. 주인공은 기후학자인데 자기가 예측한 기상 이변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훨씬 극단적으로 터지는 걸 보면서 아들을 구하러 뉴욕으로 향한다. 아들은 학교 대회 때문에 뉴욕 도서관에 갇혀있는 상황이고, 바깥은 순식간에 영하 수십도로 떨어지는 초유의 한파가 덮친다. 초반 설정만 보면 그냥 전형적인 재난영화 공식 같은데, 과학적 근거를 나름 탄탄하게 깔아놓은 게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느꼈다.

 

재난 장면이 주는 몰입감

뉴욕에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는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압권이었다. 택시랑 버스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사람들이 도서관 계단으로 미친듯이 뛰어 올라가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봤다. 근데 신기한 게, 이 장면이 단순히 스펙터클만 보여주려고 만든 게 아니라 그 다음에 이어지는 혹한 상황의 전조처럼 설계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이 차오른 다음 순식간에 얼어붙는 연출은 지금 봐도 CG 티가 별로 안 나서 놀랐다.

 

헬기가 얼어붙은 연료 때문에 추락하는 장면이나, 늑대들이 도심을 돌아다니는 장면 같은 디테일도 되게 인상 깊었다. 이런 디테일들이 그냥 '큰 재난이 왔다'는 느낌을 넘어서 '진짜 생태계 자체가 뒤집혔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요즘 CG 수준에 비하면 확실히 어색한 부분도 꽤 있다. 특히 눈보라가 몰아치는 원거리 샷 몇 개는 솔직히 티가 났다. 22년 전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이해는 가지만, 최신 재난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재난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내가 왜 이렇게 재난영화를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투모로우는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인데, 첫번째 이유는 역시 과학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 해류와 기후 메커니즘을 가져다가 이야기를 만든 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두번째는 결국 인류가 이런 극한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가족간의 사랑이나 인류애 때문이라는 생각이 이 영화 내내 깔려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아들을 구하러 눈보라를 뚫고 걸어가는 장면이나, 도서관에 갇힌 사람들이 서로를 챙기면서 책을 태워 불을 피우는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인류가 앞으로 지구에서 끝까지 생존할 생명체가 될지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하다고 느끼는 건, 그 생존의 과정이 지극히 인간적이고 이타적인 발걸음이라는 거다. 이 영화가 2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안 촌스러운 이유가 바로 이 지점 때문인 것 같다.

 

지금 보니까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개봉 당시엔 그냥 할리우드식 과장된 상상이라고 생각했을 사람도 많았을 텐데, 요즘 뉴스 보면 실제로 극지방 빙하가 녹는 속도나 이상기후 현상들이 이 영화에서 말한 시나리오랑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물론 영화처럼 며칠 만에 빙하기가 오는 일은 없겠지만, 기후 시스템이 임계점을 넘으면 걷잡을 수 없이 변한다는 메시지 자체는 지금 봐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엔 그냥 볼거리 많은 재난영화로만 봤는데, 이번엔 좀 더 무겁게 다가왔다.

 

영화 후반부에 각국 정상들이 남쪽으로 피난을 가는 장면에서, 부유한 나라 국민들이 오히려 가난한 나라로 피난민이 되는 아이러니한 설정도 다시 보니까 꽤 의미심장했다. 기후위기라는 게 결국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닥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그 장면 하나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처음 볼 땐 그냥 지나쳤던 디테일인데, 나이 먹고 다시 보니까 이런 설정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게 신기했다.

 

아쉬웠던 점도 솔직히 적어본다

좋은 점만 늘어놓긴 했는데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일단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좀 급하게 전개되는 느낌이 있어서 몰입이 끊기는 구간이 몇 군데 있었다. 그리고 과학적 설정을 기반으로 했다고는 해도 실제로는 며칠 만에 빙하기가 온다는 설정 자체는 현실적으로 과장된 부분이 크다. 이 부분은 영화적 재미를 위한 선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끔 몰입을 깨기도 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다시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라고 느꼈다. 비 오는 날 치킨 뜯으면서 보기에 딱 좋은 영화였고, 오랜만에 재난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가슴 뭉클한 가족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기후위기가 남 얘기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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