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에 집에서 치킨 시켜놓고 넷플릭스 켰다가 추천 목록에 신과함께 인과연이 떠서 또 봤다. 몇 번째 재관람인지 세어보지도 않았는데 볼 때마다 눈물샘이 자극되는 영화라 신기하다. 비 오는 날이었는데 창밖에 빗소리 들으면서 보니까 분위기도 묘하게 더 맞았던 것 같다.
간단한 줄거리와 설정 소개
신과함께는 저승편을 다룬 죄와벌과 이승편 느낌이 섞인 인과연으로 나뉘어 2편 제작됐는데, 인과연은 저승삼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이 천년 동안 환생을 걸고 마지막 49번째 망자인 김수홍의 재판을 치르는 이야기다. 김수홍은 군대에서 억울한 사고로 죽은 청년인데, 그 재판 과정에서 저승차사들이 왜 저승차사가 됐는지에 대한 과거사가 하나씩 밝혀진다. 이승에서는 성주신이 등장해서 또 다른 사건이 얽히는데, 이 부분이 초반에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근데 중후반으로 갈수록 이 두 줄기가 하나로 묶이면서 왜 이런 구성을 택했는지 이해가 되는 구조였다.

저승차사들의 과거사가 주는 울림
죄와벌에서는 그냥 망자를 재판으로 이끄는 가이드 역할 정도였던 강림, 해원맥, 덕춘이 인과연에서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다가왔다. 특히 강림의 과거, 그러니까 형제 이야기가 풀리는 장면에서는 진짜 숨죽이고 봤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신파다 싶었는데 다시 보니까 복선이 되게 촘촘하게 깔려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거 보면 영화 한 번 보고 끝내는 것보다 시간 지나서 다시 보는 재미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덕춘이 저승차사가 된 이유도 생각보다 묵직했다. 처음엔 가볍고 발랄한 캐릭터로만 느껴졌는데 과거사가 나오면서 캐릭터에 입체감이 확 생겼다. 이런 식으로 조연처럼 보였던 인물들이 사실 이야기의 중심축이었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되는 구성이 개인적으로 되게 마음에 들었다.
배우들 연기가 만든 몰입감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대학생일 때가 웹툰의 황금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신과함께라는 웹툰을 처음 접한 뒤로 시리즈별 결말까지 다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나한테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은 정말 들뜨는 일이었다. 영화관 가서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그 뒤로도 이따금씩 OTT로 다시 보는 영화가 됐다. 영화는 2편으로 제작됐는데 그 첫 번째가 죄와벌이고, 저승편을 각색한 죄와벌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다음 편인 인과연을 더 좋아한다. 세 저승차사가 환승을 걸고 마지막 49번째 망자 김수홍의 재판을 진행하는 이야기인데, 왜 저승차사가 됐는지에 대한 과거와 그 실마리를 풀어가는 내용이 잘 표현된 시리즈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믿고 보는 배우들이 함께라서 이 영화가 더 빛났던 것 같고, 주지훈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너무 감동적이었다.

주지훈 배우는 사실 죄와벌에서부터 코믹한 톤을 잘 살렸는데, 인과연에서는 거기에 더해서 감정선이 무너지는 장면까지 소화해내는 걸 보고 역시 다르구나 싶었다. 하정우 배우도 묵직한 중심을 잘 잡아줬고, 김향기 배우가 연기한 덕춘도 극 후반부로 갈수록 존재감이 커졌다. 이런 배우들이 한 작품에 다 모여 있으니까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출과 CG, 그리고 아쉬웠던 점
저승 세계관을 구현한 CG는 여전히 화려했다. 지옥 재판정 장면이나 차사들이 이동하는 장면에서 색감이랑 디테일이 눈에 띄었는데, 극장에서 봤을 때랑 집에서 OTT로 볼 때 체감이 좀 다르긴 했다. 역시 이런 영화는 큰 화면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이승 파트, 그러니까 성주신이 나오는 에피소드는 개인적으로 좀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승 재판 파트의 긴장감에 비해서 이승 쪽 코미디가 템포를 자꾸 끊는 느낌이 들어서 처음 볼 때는 약간 지루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다시 볼수록 그 파트가 있어야 전체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중반부에 살짝 늘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하면서 든 생각
인과연을 다시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는 그냥 판타지 액션물이 아니라 가족이나 형제, 죄책감 같은 걸 다루는 드라마에 더 가깝다는 점이었다. 신파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장면들이 분명 있는데, 그래도 배우들 연기랑 서사가 탄탄해서 그 신파가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웹툰 팬으로서 영화화가 원작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하고,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죄와벌과 인과연을 이어서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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